AI를 도입한 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고객 문의에도 더 빠르게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월말 손익을 보면 무엇이 좋아졌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도구 구독료는 늘었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일도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도입을 성공이나 실패로 서둘러 판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처리 속도는 개선됐지만 그 변화가 비용 절감이나 추가 매출로 이어지는 과정은 따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KISDI의 「사업보고서를 활용한 기업의 AI 도입과 성과 분석: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교」는 이 문제를 살펴볼 근거를 제공합니다. 연구는 2010~2024년 국내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재무 데이터를 연결해 AI 관련성과 매출·당기순이익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를 읽어보면 AI 도입 여부 하나로 기업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평균 매출이 높다고 AI의 성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보고서에 제시된 2024년 서비스업 표본에서 AI 관련 기업의 평균 매출은 약 8,080억 원입니다. 비AI 기업의 약 3,391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AI가 기업의 매출을 크게 높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앙값에서는 순서가 달라집니다. AI 관련 기업은 약 524억 원, 비AI 기업은 약 683억 원입니다. 매출순으로 기업을 나열했을 때 가운데 기업의 매출은 AI 관련 기업 쪽이 오히려 낮습니다. 일부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이 AI 기업군의 평균을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연구진이 재무 상태와 기업 특성 등을 통제한 분석에서도 서비스업의 단순한 AI 도입 여부와 당기 매출 사이에는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AI 관련 기업 안에서는 사업보고서의 AI 관련도가 높을수록 매출이 높은 관계가 관찰됐습니다.
이때 AI 관련도는 실제 사용시간이나 투자금액이 아닙니다. 사업보고서에서 AI 관련 키워드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AI를 더 많이 쓰면 매출이 오른다”는 공식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우리 조직의 목표로 가져올 때도 같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 기업의 규모, 기존 고객 기반, 인력과 자본이 다르다면 AI 도입 이후의 변화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출과 이익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이 연구에서 같은 시점의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는 매출과 달랐습니다. 재무 상태와 기업 특성 등을 통제했을 때, AI 도입 여부와 관련도 모두 당기순이익과의 유의한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별도의 시차 분석에서는 서비스업의 매출과 이익 개선이 일부 후속 시점에 관찰됐습니다. 그렇다고 일정 기간만 기다리면 수익이 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 2024년까지여서 장기 결과는 주로 AI를 일찍 도입한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도 같은 경로를 밟는지는 후속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도입 초기의 데이터 정리와 시스템 연동, 교육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매출이 늘어도 이런 비용이 먼저 발생하면 당장 이익이 커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입 비용을 이미 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과가 불분명한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해서도 안 됩니다.
기다릴지, 고칠지, 멈출지를 판단하려면 비용과 성과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도입 전에 비교 기준부터 남겨야 합니다
다음은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측정 제안입니다. 보고서가 직접 검증한 지표나 정해진 평가 공식은 아닙니다.
AI를 붙이기 전에 대상 업무 하나를 정하고 현재 상태를 기록합니다. ‘보고 업무 개선’처럼 범위가 넓은 표현보다 ‘주간 매출 자료를 취합해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업무’처럼 시작과 끝이 보이는 단위가 좋습니다.
표가 넓으면 좌우로 스크롤하여 확인하세요.
| 측정 항목 | 도입 전에 남길 기록 | 도입 후 확인할 변화 |
|---|---|---|
| 처리시간 | 자료 준비부터 최종 승인까지 걸린 시간 | 작성뿐 아니라 검수까지 포함한 총시간 |
| 품질 | 오류·누락·반려 건수 | 같은 기준으로 확인한 오류와 수정 요청 |
| 사람의 개입 | 직접 처리하거나 판단한 단계 | 예외 처리와 재작업에 투입한 시간 |
| 실제 비용 | 외주비, 초과근무비, 기존 도구 비용 | 구독료, API, 유지보수 등 추가 비용 |
| 업무 결과 | 처리량, 납기 준수, 고객 반응 | 품질을 유지하면서 늘어난 처리량과 실제 매출 |
초안 생성시간만 재면 효과를 과대평가하기 쉽습니다. 초안은 빨리 나왔지만 사실 확인과 수정에 시간이 더 들었다면, 업무 전체가 빨라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종 사용 가능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같은 범위로 측정해야 합니다.
비교 조건도 맞춰야 합니다. 평소보다 쉬운 업무만 AI에 맡기거나 숙련자가 집중 지원한 시험 결과를 일상 운영의 성과로 제시하면 차이가 부풀려집니다. 처리량과 난이도, 담당자, 예외 상황을 함께 기록하면 숫자가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절약한 시간을 곧바로 현금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두 시간 걸리던 업무를 한 시간에 끝냈다면 한 시간을 확보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시간이 곧바로 인건비 절감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주 발주나 초과근무가 실제로 줄었다면 비용 절감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확보한 시간에 추가 주문을 처리했다면 그 주문의 매출에서 추가 비용을 빼고 기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직 다른 업무에 활용하지 못했다면 우선 여유 처리능력으로 구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특히 소규모 조직이나 혼자 운영하는 사업에서는 자신의 시간을 비용에서 빠뜨리기 쉽습니다. 도구 결제액만 계산하면 이익이 남는 것처럼 보여도, 고객 요청을 수정하고 오류를 수습하는 시간이 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 절감 자체를 낮게 평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야근이 줄거나 납기를 안정적으로 지키게 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그런 운영상 개선과 현금 지출 감소를 구분해야 다음 투자 판단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부품과 돋보기, 캘리퍼를 놓은 검사 작업대 장면.원본 전체 보기
구독료 밖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포함합니다
AI 프로젝트의 비용에는 매달 결제되는 도구 사용료 외에도 여러 항목이 있습니다. 입력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는 일, 결과물을 검수하는 일에 사람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모델이나 서비스가 바뀌면 연동을 수정해야 하고, 장애가 생기면 수동으로 처리할 준비도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재무적 기여는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추가 매출과 실제 지출 절감액에서, 그 성과를 만드는 데 추가로 들어간 비용을 뺍니다.
추가 비용에는 API·구독료뿐 아니라 추가 주문의 처리원가, 검수·재작업, 운영·유지 비용도 포함합니다. 초기 구축비를 언제 회수하는지는 별도로 계산합니다. 이 값은 회사 전체의 당기순이익과는 다르며, 해당 AI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한 내부 관리 지표입니다.
같은 효과를 두 번 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확보한 한 시간을 인건비 절감으로 계산하고, 그 시간에 처리한 추가 주문의 이익까지 함께 더하면 성과가 중복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엇이 줄고 무엇이 늘었는지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같은 평가표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고객 응대나 판매 지원에 AI를 적용했다면 응답시간, 전환율, 주문 처리량 등이 매출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제조 현장의 검사나 설비 관리에 적용했다면 불량률, 재검사 비율, 설비 정지시간처럼 생산 과정의 변화부터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제조업 전체의 시차별 매출·순이익 효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구가 생산성 자체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으므로, 이 결과만으로 공정 개선 효과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불량률이 낮아졌는지 확인한 다음 폐기·재작업 비용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검사 속도가 빨라졌다면 오검출이나 누락이 늘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속도 지표 하나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품질과 안전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됩니다.
매출·이익은 최종적으로 확인할 지표이지만, 그 앞에서 어떤 업무 변화가 일어났는지도 기록해야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측정 결과는 확대·수정·중단 결정에 사용합니다
평가표를 만드는 목적은 보고서에 성과 숫자를 채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다음 운영 결정을 내리는 데 써야 합니다.
총처리시간과 비용이 줄고 품질도 유지된다면 적용 범위를 넓힐 근거가 생깁니다. 초안은 빨라졌지만 검수 부담이 커졌다면 입력 자료나 적용 범위, 사람에게 넘기는 기준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류 위험이나 유지 비용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해당 업무의 자동화를 중단하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도입 시점에 재검토 날짜와 판단 기준을 함께 정해두면 좋습니다. 업무의 반복 주기와 위험도에 맞춰 충분한 사례를 모으되, 안전·보안·품질 문제가 생겼을 때는 예정된 평가일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 AI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는 대상 업무 하나의 현재 처리시간과 비용, 오류율부터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도입 후 같은 표에 실제 값을 채우면 어느 단계가 좋아졌고 어디에 사람의 일이 더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기록이 있어야 다음 업무로 확대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료와 해석 범위
서영선, KISDI AI Outlook(2026년 Vol. 26), 「사업보고서를 활용한 기업의 AI 도입과 성과 분석: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교」를 참고했습니다. 평균·중앙값은 11쪽, 당기 매출·이익 분석은 14쪽부터 19쪽, 시차 분석과 일반화의 한계는 19쪽부터 20쪽, 측정의 한계는 23쪽부터 24쪽에 제시돼 있습니다.
연구는 사업보고서의 ‘사업의 내용’에 AI 관련 키워드가 한 번 이상 등장하는 기업을 AI 기업으로 분류했으며, 실제 도입·활용 여부를 문맥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관찰된 관계를 개별 기업의 인과적 성과나 최근 생성형 AI 도입의 수익 보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의 측정표와 비용 계산·운영 기준은 연구 결과에서 확장한 실무 제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