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을 끝까지 따라가 봤다
진행 중인 수출 건 하나를 골랐습니다. 품번 하나가 문서에 몇 번 등장하는지 세었습니다.
1. 견적서 (Quotation)
2. 주문 확인서 (Order Confirmation)
3. 프로포마 인보이스 (PI)
4. 커머셜 인보이스 (CI)
5. 패킹 리스트 (PL)
6. 원산지증명 신청서
여섯 개 문서에 같은 품번과 사양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섯 번 모두 사람이 다시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복사해서 붙여넣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서마다 양식이 달라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옮겼습니다.
매번 다시 적히는 것들
표가 넓으면 좌우로 스크롤하여 확인하세요.
| 항목 | 등장 문서 수 | 변경 빈도 |
|---|---|---|
| 품번 · 품명 | 6 | 낮음 |
| 사양 | 4 | 낮음 |
| 수량 | 6 | 높음 |
| 단가 | 4 | 높음 |
| HS코드 | 3 | 낮음 |
| 원산지 | 3 | 낮음 |
| 중량 · 포장 규격 | 3 | 중간 |
| 인코텀즈 · 결제 조건 | 5 | 중간 |
열한 가지가 문서마다 반복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중간에 바뀌면 여섯 개 문서를 전부 다시 손봐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주 바뀝니다. 수량이 조정되고, 단가가 협의되고, 선적이 분할됩니다.
사고는 항상 같은 곳에서 났다
지난 이 년간의 문서 오류를 모았습니다. 유형이 셋뿐이었습니다.
첫째, 이전 건을 복사해서 고치다 일부만 고친 경우.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바이어명 A사 → B사 고침
품목 변경 없음
결제 조건 T/T 30일 고치지 않음 ← B사는 L/C 조건
선적항 부산 고치지 않음 ← B사 건은 인천
둘째, 수량 변경이 일부 문서에만 반영된 경우. 인보이스는 고쳤는데 패킹 리스트가 그대로 나갔습니다.
셋째, 단위와 소수점. 중량을 kg로 쓰는 문서와 톤으로 쓰는 문서가 섞였습니다.
셋 다 "옮겨 적기" 때문에 생깁니다. 문서 양식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방향을 정했다
문서를 예쁘게 만드는 쪽이 아니라, 한 번만 입력하고 나머지는 그것을 참조하게 만드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목표도 숫자로 잡았습니다.
문서 작성 시간
한 건 · 여섯 문서
불일치 반려
문서 간 값이 어긋나 되돌린 건
시간을 어떻게 쟀나
4.5시간이라는 숫자는 느낌이 아니라 측정입니다. 3주 동안 담당자 두 명이 건별로 기록했습니다.
견적서 작성 40분
주문 확인서 25분
PI 작성 35분
CI 작성 40분
패킹 리스트 45분
원산지증명 신청 30분
값 확인 · 재확인 55분 ← 문서 사이를 오가며 맞춰보는 시간
─────
4시간 30분
가장 오래 걸린 건 특정 문서가 아니라 문서 사이를 오가며 값을 맞춰보는 시간이었습니다. 55분. 전체의 5분의 1입니다.
이 55분은 어떤 양식을 개선해도 줄지 않습니다. 원본이 하나가 되어야만 사라집니다.
이번 연재의 순서
원본 정리
2편
견적 생성
3편
선적 서류
4 · 5편
추적과 재사용
6 · 7 · 8편
먼저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끝까지 자동화하지 않기로 한 것들이 있습니다. HS코드와 원산지 판정이 대표적입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했는데 일부러 사람 손에 남겼습니다.
그 이유는 다섯 번째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그리고 그 기준 하나가 이 연재 후반의 모든 결정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할 것
원본을 하나로 정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간단해 보였습니다. 3주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3주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