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층 아래로 내려간 오후
민서는 7층 창문의 나사를 풀다 말고 손등을 보았습니다. 나사 하나가 굴러 떨어져 바닥의 밝은 네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창은 어두운데 바닥에는 햇빛이 있었습니다. 복도 끝 계단실에서 흘러온 빛이었습니다.
“정오부터 저래요.” 집주인은 커튼을 손가락으로 들췄습니다. “아침에는 멀쩡했는데요. 오후 두 시에 화면이 까매졌어요.”
민서는 작업표의 접수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신고는 오전 열한 시 사십 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말을 잘못한 것일 수도 있고, 시스템이 접수 시간을 잘못 찍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창문에는 결함이 없었습니다. 유리 아래의 얇은 관에 빛이 도착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이 도시의 높은 건물은 옥상 집광판에서 받은 빛을 각 층의 창틀로 보냈습니다. 창마다 배정된 시간이 있고, 해가 기울면 남은 빛은 공용 복도로 돌아갔습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일 수는 있었지만, 어느 시간의 햇빛을 받을지는 건물의 배분표가 정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배분표가 틀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두운 7층 창과 계단실 빛을 담은 가상 장면원본 전체 보기
민서는 유리 옆에 붙은 작은 번호를 읽었습니다. 7-14. 하지만 휴대 단말기에는 7-14의 오후 회선이 ‘미사용’으로 표시됐습니다. 미사용 회선에서 누군가 전력을 쓰고 있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빛이 어디로 갔는지는 전기 계량기로 알 수 없었습니다.
아래층의 따뜻한 창
관리인 오씨는 옥상에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민서는 먼저 지하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7층 창틀의 관을 따라 내려가면 계단 뒤쪽의 낡은 세탁실을 지나기 때문입니다.
“거긴 비어 있어요.” 오씨가 말했습니다.
“문이 잠겨 있나요?”
“문은 열립니다.”
둘은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3층에서는 누군가 문 앞에 젖은 운동화를 내놓았습니다. 1층 우편함에는 이사 온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가 아직 테이프로 붙어 있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마지막 계단은 폭이 좁아 공구함을 몸 앞으로 돌려 들어야 했습니다. 오씨는 세탁실 문 앞에서 열쇠를 찾지 않았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밀었습니다.
안에는 세탁기가 없었습니다. 옷을 펴는 긴 탁자와 발이 서로 다른 의자 세 개, 바느질 상자, 마른 수건이 놓여 있었습니다. 창문이 있을 자리가 아닌 벽에 창문이 있었습니다. 오후의 빛이 그곳에서 나와 탁자의 한쪽 끝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지하 세탁실의 작업대와 빛을 담은 가상 장면원본 전체 보기
민서는 공구함을 내려놓았습니다. 벽의 금속판에는 7-14라는 오래된 각인이 있었습니다. 새 배분표에서 미사용으로 나온 바로 그 회선입니다. 위층 창틀과 지하 창틀은 관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의 분기 장치를 누가 돌려놓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누가 일하죠?”
“몇 사람이요. 밤에는 관리실 불을 쓰고, 낮에 잠깐 여기서 옷을 고칩니다.”
오씨는 탁자 위 수선 중인 소매를 접어 한쪽으로 밀었습니다. 바늘은 천에 꽂힌 채였고, 소매 아래에는 종이로 접은 별 하나가 눌려 있었습니다. 민서는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숫자가 빠진 방
단말기에서 지하층은 주차장과 보일러실로만 나뉘어 있었습니다. 세탁실은 오래전 건물 도면에는 있었지만 현재 배분표에는 없었습니다. 민서가 조회한 이력에는 지하 창을 제거했다는 기록도, 이 방을 폐쇄했다는 기록도 없었습니다. 빈칸 하나가 지난 십수 년 동안 그대로 복사된 듯했습니다.
오씨는 오래된 서류철을 가져왔습니다. 종이에는 한때 이 방이 공용 세탁실로 등록됐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뒤쪽에는 장부 페이지 몇 장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세탁기는 철거됐고 수도관은 끊겼습니다. 창틀의 관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 뒤 누가 방을 쓰기 시작했는지 적힌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7층에 사는 분은 이 빛을 신청해 두셨습니다.” 민서가 말했습니다. “창을 복구하면 아래는 어두워져요.”
“그러겠죠.”
“어제도 그랬나요?”
오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제까진 둘 다 조금씩 들어왔어요. 오늘 아침에 분기 밸브가 한쪽으로 붙었나 봅니다.”
민서는 밸브를 보러 배관실에 갔습니다. 먼지를 걷자 손으로 돌릴 수 있는 작은 바퀴가 나왔습니다. 절반쯤 돌아간 위치에 새로 긁힌 자국이 있었습니다. 고장이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편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누군가 만졌다면 이유를 물어야 했습니다. 오씨는 자국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7층 집주인은 다시 연락해 창을 오늘 안에 고쳐 달라고 했습니다. 민서는 배분표에 없는 방으로 빛이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주인은 잠시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그 방이 제 창과 무슨 상관인데요?”라고 물었습니다. 답은 간단했지만 말로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관이 하나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점검 차량
그날 오후 건물에는 구청 점검 차량이 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래된 빛 관에서 누수가 있었고, 기술자가 열린 분기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민서의 작업표에도 ‘미등록 분기 발견 시 봉인’이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서류철 속 공용 세탁실 도장은 오래됐고, 현재 시스템에는 주소가 없었습니다. 오씨는 창을 등록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민서는 신청 절차를 찾았지만 단말기에는 창을 추가하는 버튼이 없었습니다. 기존 주소를 고치는 메뉴만 있었습니다.
7층 창은 오후가 필요한 집의 창이었습니다. 지하 방도 실제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민서는 누가 더 많은 빛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정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분기 밸브의 상태와 두 창의 밝기를 기록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공구함에서 측정기를 꺼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소매와 종이별이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도록 탁자를 비켜 섰습니다. 사람의 물건은 점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오씨는 지하 창의 아래쪽을 손바닥으로 닦았습니다. 손자국이 뿌옇게 남았다가 사라졌습니다.
“아침엔 이 방을 아무도 안 써요.” 오씨가 말했습니다. “7층은 아침에 여기보다 훨씬 밝고요.”
민서는 그 말의 앞부분만 기록했습니다. 이용 시간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밝기의 비교는 자신이 오전에 측정한 값이 아니었습니다. 오씨가 본 아침과 7층 집주인이 본 오후는 같은 측정값이 아니었습니다. 민서는 두 진술을 따로 남겨 두었습니다.
위층에 다시 올라가자 집주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서는 밸브를 즉시 봉인하면 7층 회선은 복구할 수 있지만 지하 창은 꺼진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방법은 오늘의 점검에서 분기 상태를 있는 그대로 올리고, 지하 방의 주소를 확인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어느 창에도 안정적인 빛을 약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오늘은요?”
민서는 대답하기 전에 창틀을 보았습니다. 까만 유리에 계단실의 밝은 네모가 희미하게 비쳤습니다. “밸브는 그대로 두겠습니다. 대신 고장 처리로 닫지 않고, 미등록 창이 있다고 적겠습니다.”
집주인은 그 말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제 집 창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적으세요.”
“적겠습니다.”
민서는 두 문장을 따로 입력했습니다. 하나는 7층 창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지하 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단말기는 같은 회선에 두 개의 주소를 넣을 수 없다며 경고를 띄웠습니다. 사진과 종이 서류의 도장 부분을 첨부했습니다. 경고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아 있는 오후
점검 차량이 건물 앞에 멈췄을 때, 지하 세탁실에서 누군가 나왔습니다. 손에 들린 천 조각 끝에는 실이 길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민서와 오씨를 지나 우편함 앞으로 갔습니다. 누구인지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씨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점검 기사는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민서는 작업표를 다시 열어 첨부 사진이 올라갔는지 확인했습니다. 첫 장에는 7층의 어두운 유리가, 둘째 장에는 지하의 밝은 벽이 찍혀 있었습니다. 어느 사진에도 창을 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민서는 휴대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지 않고 손에 쥔 채 기다렸습니다. 점검 기사가 계단으로 들어서면 두 층을 모두 보여줄 생각이었습니다. 위층 창의 고장을 고치러 왔다가 주소가 빠진 방을 발견했다는 순서도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설명이 등록으로 이어질지 봉인으로 이어질지는 민서가 정할 수 없었습니다.
지하 계단 아래에는 아직 오후가 남아 있었습니다. 7층 문 앞에서는 집주인이 열린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